티라노사우루스의 missing link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만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공룡을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성체가 되면 12.8m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성장하고 1m가 넘는 턱 안에는 길이 20cm의 커다란 이빨들이 박혀있어 중생대 공룡의 시대를 통틀어 공룡의 제왕으로 부르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거대한 머리와 이빨, 그리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짧은 앞발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는 후기 백악기 약 7천만년 전에 출현해 6천5백만년 전 중생대가 끝나며 함께 멸종하고 말았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오래된 조상은 현재 중국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된 관롱(Quanlong)이며 관롱 출현 이후 원시 티라노사우루스류는 후기 쥐라기와 전기 백악기에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서 진화하게 된다. 이들 원시 티라노사우루스류들은 현재까지 총 5속(Quanlong, Stokesoaurus, Eotyrannus, Dilong, Xiongguanlong)이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크기는 최대 3m 정도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것은 후기 백악기에 들어서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티라노사우루스의 특징인 머리가 급속도로 커지고 반면에 앞발이 줄어드는 몸의 균형이 진화되었다고 믿었었다. 후기 쥐라기와 전기 백악기의 원시 티라노사우루스는 전형적인 수각류 알로사우루스(Allosaurus)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긴 앞발과 적당한 크기의 머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요녕성 전기 백악기에서 발견된 랍토렉스(Raptorex)는 거의 완전한 티라노사우루스의 축소판이다(Sereno et al., 2009. Tyrannosaurid skeletal design first evolved at small body size. Science 326:418-422). 랍토렉스의 전체 크기는 약 3m 이며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짧은 앞발을 갖고 있다. 즉 큰 머리와 짧은 앞발은 몸집이 거대해지기 전 이미 진화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랍토렉스는 기존의 원시 티라노사우루스류의 몸디자인과 진화된 티라노사우루스류의 몸디자인의 중간 단계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상남도 사천시 해안에 분포한 하산동층(전기 백악기)에서 원시 티라노사우루스류의 전상악치(premaxillary tooth) 한 개를 발견하여 필자가 보고한 적이 있다(Lee, Y.-N., 2008. The first tyrannosauroid tooth from Korea. Geosciences Journal 12:19-24). 비록 이빨 한 개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티라노사우루스류가 살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 이빨의 주인공이 중국의 딜롱(Dilong)에 가까운지 아니면 랍토렉스와 가까운지 매우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
그림 1. 랍토렉스와 티라노사우루스 골격도 (from Clark, 2009). Credits: 랍토렉스 by
Sereno; 티라노사우루스 by G.S. Paul.
그림 2. 경남 사천시 하산동층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류 전상악치 (from Le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