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질연구정보센터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는 후기 트라이아기를 대표하는 원시수각류 공룡으로 크기는 칠면조 정도이며 작은 머리, 긴 목과 긴 꼬리, 날렵한 뒷다리가 특징이다. 이 공룡은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목에 부챗살을 펼치고 독침을 뱉는 다소 황당한 연출로 매우 위험한 공룡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BBC 다큐멘터리 “Walking with Dinosaurs\"에 그대로 이어진다. 그 이유는 코엘로피시스가 자기 동족을 잡아먹는 냉혈한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이다. 코엘로피시스는 1947년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 지역의 ”Ghost Ranch\"라는 곳에서 수백개체가 발견되었다. 이들 화석이 이렇게 대규모로 발견된 까닭은 홍수로 대량 살상되어 한 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 관장이었던 콜버트박사(Edwin H. Colbert, 애칭 “에드”라고 불리었으며 존경받는 공룡학자였다)는 이 화석지를 조사하면서 뱃속에 새끼뼈를 갖고 있는 코엘로피시스 두 개체를 발견한다. 이 화석을 처음 관찰하면서 혹시 새끼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부화되기 전의 새끼뼈 치고는 너무 컸기 때문에 콜버트박사는 이 공룡이 자기보다 힘이 없는 작은 동족을 잡아먹었고(cannibalism) 마지막 먹이가 뱃속에 남았다고 결론지었다. 그 후 육식공룡이 자기 동족을 잡아먹는 냉혹한 파충류라는 이미지는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이 화석을 다시 연구한 학자들은 지금까지 코엘로피시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Nesbitt et al., 2006. Prey choice and cannibalistic behaviour in the theropod Coelophysis. Biology Letters (2006) 2, 611-614). 
  
   이들은 이 화석을 다시 조사하면서 위의 내용물이라고 믿었었던 대퇴골과 골반뼈들이 전형적인 공룡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에 의심을 품게 된다. 새끼뼈라고 믿었던 뼈들의 박편을 갈아 관찰해본 결과 이 뼈는 코엘로피시스의 뼈가 아니라 악어의 뼈임을 드러났다. 악어뼈와 공룡뼈는 뼈의 성장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특징을 이들이 박편에서 간파한 것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증거는 이들 작은 뼈들이 위의 내용물이라면 양쪽 갈비뼈 사이에 위치하여야 하나 실제 입체분석을 해본 결과 이들 작은뼈들이 갈비뼈 밖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확고한 두 증거로 코엘로피시스의 뱃속에 있었다고 믿어졌던 코엘로피시스의 새끼뼈는 잘못된 해석임이 분명해졌다.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홍수로 대규모로 공룡과 악어가 죽은 후 이동되어 퇴적되는 동안 함께 묻혀 생긴 일이다. 금번 연구에서 공룡을 연구할 때 화석화과정(Taphonomy)에 대한 연구도 항상 함께 병행되어야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는 얻을 수 있다. 실제 최근 공룡알을 훔쳐 먹는 공룡으로 알려져 “알도둑”이란 학명을 가진 오비랍토르(Oviraptor) 공룡도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의 알을 훔친 것이 아니라 실제 자기 새끼를 극진히 돌보는 공룡으로 재해석된 것도 새로운 화석의 발견에 기인한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해석은 새로운 화석의 발견과 새로운 연구기법으로 언젠가는 사실이 밝혀지는 묘미가 또한 고생물학 연구의 즐거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