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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융남 연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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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생리학 [2008. 1. 8]
이름 이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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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생리학 


   공룡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인 2억 3000만 년 전 지구에 처음 출현해 중생대가 끝나는 백악기 말 6천 500만 년 전 수장룡, 익룡 같은 거대한 파충류와 함께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공룡의 멸종에 대한 논쟁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여기서 논의하려는 주제는 공룡생리학(dinosaur physiology)이다. 현재 존재하는 생물은 심장 박동수에서 세포의 작용, 심지어 유전자의 역할까지 직접 관찰할 수 있지만, 사라진 생물의 화석은 모든 기능이 없어진 구조만을 관찰할 수 있다.

        
   공룡화석으로 남겨진 것은 뼈, 발자국, 공룡알, 아주 드물게 공룡피부나 공룡 분화석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어’ 있는 공룡화석을 통해 공룡의 생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악어와 말의 화석은 비록 현재의 악어와 말과는 다르지만, 비교해부학(comparative anatomy)을 이용해 이들이 어떻게 살았었는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화석과 현생 동물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룡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동물이 없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간접적인 증거로 공룡생리학에 접근해야 한다.

        
   비록 죽어있는 뼈이지만 공룡뼈는 말 그대로 뼈대를 이루는 내부 구조이므로 살아있는 공룡에 대한 놀랄 만큼 정확한 정보를 요약해 갖고 있다. 그리고 몸 구조와 해부학에 대한 직접적 정보가 생리학에 대한 간접적 증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몸 기능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뼈는 몸의 기능과 일치한다. 육식공룡의 이빨은 초식공룡의 이빨과 쉽게 구별된다. 단검 같은 이빨을 가진 초식공룡과 연필 같이 뭉툭한 이빨을 가진 육식공룡은 없다. 이런 원리에 따라 공룡학자는 멸종한 공룡의 습성과 생태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빨과 턱의 구조를 통해 먹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다리의 위치와 구조, 상대적인 뼈의 길이 등으로 공룡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얻고, 두개골의 구조와 뇌 캐스트를 사용해 감각기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항상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공룡생리학의 분야는 공룡의 신진대사(metabolism)에 관한 것이다. 동물이 섭취한 먹이는 소화과정을 거쳐 생존을 위한 원천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배설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겨나는 것이 열이다. 동물은 주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최적화하려는 서로 다른 전략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공룡은 최적의 신진대사를 갖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을까? 냉혈이었을까? 온혈이었을까?

    
    
이 문제를 풀기 전에 냉혈과 온혈이라는 구분이 올바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나방은 동트는 새벽녘에는 날갯짓조차 못하지만 태양 아래서는 높은 체온을 유지하며 난다. 그러나 곤충은 냉혈로 취급된다. 어떤 물고기는 뜨거운 온천물에서 살며 새보다 높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지만 냉혈동물이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체온이 주위 온도보다 높고 몸이 커서 밤에도 따뜻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작은 도마뱀은 햇볕을 쬐면 포유류만큼 체온이 높이 올라가 활동량이 증가되고 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예를 보면 냉혈과 온혈이라는 구분은 현생 동물의 체온을 설명하는 데는 너무 단순한 이분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체온은 동물의 신진대사와 생리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거의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보다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체온의 기원과 연속성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체온의 기원은 내온성(endotherm)과 외온성(ectotherm)으로 나눌 수 있다. 내온성은 높은 효율로 먹이를 태워 내부의 열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조류와 포유류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에 외온성은 신진대사가 내온성보다 5~10배 느리게 이루어지며 체온을 높이기 위해 태양과 같은 외부 에너지를 이용한다. 체온의 연속성은 항온(homeotherm)와 변온(poikilotherm)으로 구분된다. 조류와 포유류는 몸의 기능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효소나 다른 내부 기관을 이용해 체온을 일정한 값으로 유지하고 유산소 신진대사를 한다. 반면에 변온동물은 환경에 맞추어 온도를 조절하는 특별한 생리작용이 없으며, 무산소 신진대사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민첩하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곧 피로해져 앉아서 쉬어야 한다. 또한 동물의 몸 체적도 중요하다. 체적이 커지면 내온성을 유지하는 비용이 감소한다. 왜냐하면 표면적에 대한 체적 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큰 파충류인 공룡은 상대적으로 낮은 신진대사를 가졌음에도 온혈에 가까웠다. 따라서 냉혈이냐 온혈이냐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며 열의 방출이라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외온성과 변온성을 띠는 냉혈은 어류, 양서류, 파충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생리 조건으로 여러 환경에 적응하였다. 반면에 내온성과 항온성을 띠는 온혈은 보다 특별하고 진화된 생리 조건이다. 분명 온혈은 냉혈에서 서서히 진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냉혈에서 온혈로의 진화가 온혈이 더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온혈은 단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른 방법일 뿐이다. 각 방법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추운환경에서 온혈동물은 잘 적응하지만 같은 몸 크기를 가진 냉혈동물보다 10배나 더 많은 먹이가 필요하다. 먹이는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다. 따라서 지구상에 먹이를 덜 필요로 하는 냉혈동물의 종수가 온혈동물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화석으로 남은 공룡은 어떤 체온형이었을까? 해석하기가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의 신진대사 전략을 확인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생태학적 접근 방법이 있다. 온혈동물인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인 초식포유류와 육식포유류의 비율은 높게 나타난다. 이 수치가 공룡과 비슷하기 때문에 공룡이 온혈동물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불완전한 화석 기록을 가지고 산출한 데이터가 정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두 번째, 행동학적 접근 방법이 있다. 이것은 공룡의 둥지, 소화기관, 분화석의 성분 분석 등과 같은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다. 1979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발견된 마이아사우라(Maiasaura)라는 초식공룡은 집단 둥지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사용하고 새끼를 돌보았다. 또한 1990년대 몽골에서 발견된 오비랍토르(Oviraptor) 화석은 포란을 하고 있는 자세로 발견되었다. 이런 행동방식이 새와 매우 유사하지만 공룡이 내온성 동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접근 방법은 지리학적 정보다. 최근 공룡화석은 알래스카, 남극, 남 오스트레일리아 등 고위도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사실은 극지방의 공룡이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에서는 공룡화석과 함께 새와 포유류 화석이 산출되지만 전형적인 냉혈동물인 거북, 도마뱀, 뱀, 양서류 화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룡은 온혈이기 때문에 생존한 것일까?

      네 번째는 해부학적인 증거에 바탕을 둔 것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증거가 제시되었다. 공룡은 다른 전형적인 파충류와 달리 똑바른 다리로 직립자세를 하고 있다. 조류와 포유류만이 직립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룡도 온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포유류 중 오리너구리는 휘어진 다리를 갖고 있으며, 현생 파충류 중에는 직립자세를 하는 동물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공룡은 특별한 이동 자세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유산소 신진대사를 암시한다. 비갑개(鼻甲介)는 새와 포유류의 콧구멍 뒤의 공기통로에 있는 부드러운 조직을 지지하는 말린 구조의 얇은 뼈로 호흡 시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1990년대 과학자들은 이것으로 온혈과 냉혈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온혈동물은 비갑개가 있지만 냉혈동물은 없기 때문이다. CT스캔 결과 공룡은 비갑개와 같은 구조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없다고 해서 냉혈이라고 성급하게 결론내릴 수는 없다. 원래는 공룡에 비갑개가 있었는데 화석화되면서 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생 새 중에 일부는 비갑개가 없다.

     
     
혈압 또한 냉혈과 온혈을 구분하는 증거가 된다. 직립자세와 큰 몸체는 높은 혈압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머리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16미터나 되는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는 포유류처럼 이심방 이심실의 강력한 심장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렇게 높은 머리에 있는 뇌까지 피를 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온혈동물의 피부는 털이나 깃털로 덮여 있다. 반면 냉혈동물의 피부는 비늘로 덮여 있어 광범위한 열의 교환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시조새는 온혈성이고 비늘피부를 가진 공룡은 냉혈성인가? 하지만 코끼리는 털이나 깃털이 아닌 가죽피부이며 최근에는 중화용조 같은 깃털공룡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것은 작은 육식공룡의 내온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깃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절연효과로 나타나기 시작되었다. 계통발생학적으로 볼 때, 새의 가장 가까운 조상은 마니랍토라(Maniraptora) 그룹에 속한 진화된 수각류(獸脚類) 육식공룡이다. 수각류와 새의 골격학적 공통점은 l00개가 넘는다. 새의 내온성은 조상인 공룡에서 이미 시작되어 진화단계의 어떤 시점에서 완성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뼈의 미세구조를 직접 연구하여 공룡의 신진대사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있다. 왜냐하면 뼈는 성장속도, 수명, 고생태, 생리학 등 그 동물의 성장기록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진대사, 생리, 성장패턴, 뼈구조는 서로 연관이 있다. 포유류와 새는 빠른 성장을 하며 일생동안 뼈조직이 재편성된다. 반면에 냉혈동물은 느린 성장을 하며 뼈조직의 재편성이 느리다. 즉 비성장선이 존재하며 이것은 동물이 주기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면 또는 하면을 하거나 가뭄, 고온, 추위, 먹이부족 같은 나쁜 환경을 만났을 때 뼈의 성장이 멈추며 비성장선이 나타난다. 초기에 공룡뼈를 연구한 결과 그 구조는 커다란 포유류와 타조 같은 주금류(走禽類)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이것은 공룡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여 큰 몸집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다른 냉혈동물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현상으로 공룡의 신진대사율이 높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공룡의 종류에 따라 비성장선을 보이는 뼈가 있으며, 심지어 어떤 뼈에서는 빠른 성장과 느린 성장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공룡은 대부분의 포유류 뼈보다 더 뚜렷한 성장주기를 가지며 중간 형태를 띤다. 


     
공룡의 생리는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의 그것도 아니며 새와 포유류의 그것도 아니다.  공룡은 현생 파충류와는 다른 특별한 신진대사를 가졌으며 현생 새와 포유류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들만의 독특한 생리를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밝힌 내용은 공룡을 둘러싼 하나의 논쟁이 얼마나 풀기 어려운지 그리고 공룡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공룡학자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언젠가는 결실을 얻을 것이며 공룡의 생리에 대한 보다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베일에 가려진 공룡의 신비스러움이야말로 우리가 공룡에 빠져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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