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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융남 연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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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로서의 다윈 [2006.12.18]
이름 이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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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로서의 다윈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올해 샘터사에서 찰스다윈의 “비글호 항해기”가 완역되어 출판되었다.
비글호 항해기는 진화론의 씨앗이 잉태된 젊은 다윈의 세계 일주 기행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물학자, 박물학자로서가 아니라 지질학자로서의 다윈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저자가 쓴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소개한다.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는 다른 여는 기행문과는 다른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세기 초 미개척지의 단순한 세계일주 자연사 여행기가 아니라 “비글호 항해기” 속에서는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중의 하나인 다윈의 위대한 저서 “종의 기원”의 씨앗이 잉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새로운 종이 어떻게 기원하는가에 대한 거창한 진화론의 이론을 엿보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지적 호기심과 명쾌한 통찰력, 상식에 근거한 추리력과 인간미가 넘치는 20대 청년의 인간 찰스 다윈과 만나게 된다. 즉, 우리는 정열적이고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생각이 열린 자유인 다윈을 볼 수 있으며 그는 후에 지구 생명체 기원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뒤집어엎는 엄청난 사실을 밝혀내는 위대한 과학자의 자질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항해기 속에는 신대륙의 생물들을 조사하면서 그가 만난 사람들도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특히 남미 원주민들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동정심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그 시대의 매우 문명화된 세계의 지식인이었지만 비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더나가 노예제도를 경멸했으며 모든 인간은 자유로워야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다윈의 심성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을 찾아내어 함께 공감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다.

    1831년 12월 27일 영국의 데번포트를 출발한 비글호에 동승한 다윈은 예상보다 3년이나 더 걸린 긴 여정을 끝내고 1836년 10월 2일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 때 그의 나이 27살이었으며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에 아무나 가질 수 없었던 세계일주의 기회를 가졌다. 그가 5년간 기록한 18권의 공책에 근거해 1839년 펴낸 책이 “비글호 항해기”다. 책의 대부분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경험한 지질, 화석, 동식물, 원주민과 그들의 풍습, 기상현상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가장 읽고 싶어 하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방문은 제17장에 가서야 이루어진다. 짧지만 그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다윈의 핀치와 두 종류의 도마뱀, 그리고 거대한 거북의 상세한 기재를 보면서 이미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시대를 앞선 커다란 통찰력을 간파할 수 있다. 즉, 지리학적 격리가 새로운 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거의 동일한 종이 같은 섬에서 발견되지 않고 또한 갈라파고스 섬들의 동식물군이 위도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본토의 동식물과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즉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식물이 아메리카 서쪽 해안의 것들과 유사한 반면 같은 위도에 위치하지만 대서양에 있는 카보베르데 제도의 식물은 아프리카의 것들과 유사하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5년간 긴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동식물을 보며 진화론의 기초가 되는 많은 증거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동식물 자체의 관찰로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화라는 것은 방대한 지질시대의 시간 개념이 있어야하며 또한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 화석에 대한 이해 없이 현생 생물만의 관찰로 진화의 큰 개념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완성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은 다윈이 그 당시 유행하던 퀴비에의 격변설을 비판하고 동일과정설을 주장하는 오늘날 지질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를 갖고 비글호에 탑승했다는데 있다. 지질학에 심취해 있던 다윈은 그 책을 항해 중 수없이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글호의 항해기” 내용에는 지질학적 탐구방법이나 조사 결과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으며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실제 다윈은 지질학에서도 시대를 앞서 간 탁월한 식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몇몇 해석은 현대 지질학의 개념에 맞지 않으나 책의 곳곳에서 나타나는 그의 지구의 움직임에 대한 생각은 놀라울 정도다. 예를 들면 그가 발디비아에서 겪은 지진에 대한 원인 및 그 진원지에 대한 추론, 그리고 직접 목격한 해일과 지진의 대재앙을 아주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직접 경험에 의해 조산운동의 원인이 화산과 지진과 긴밀하고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힘은 지구의 내부에서 야기되었다고 확신한다. 특히 그는 제14장에서 이렇게 기술하였다. “극심한 지진은 우리가 지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래된 관념을 일시에 깨뜨린다. 단단함의 상징 그 자체인 지구는 유체 위에 떠 있는 얇은 껍질처럼 우리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말은 바로 현대 지질학의 가장 근간이 되는 “판구조론”의 개념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지각을 포함한 단단한 암석권 (lithosphere)이 7개의 커다란 판과 20개의 작은 판으로 나누어져 서로 맞물려 있으며 이들은 연약권 (asthenosphere) 위에 떠 움직이다. 지구의 내부 에너지가 지구 밖으로 계속 방출되면서 이러한 판들은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러한 판의 경계를 따라 지진과 화산이 일어나며 전 지구적인 커다란 지질현상은 판구조론에 의해 모두 설명된다. 그러나 대륙이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은 1915년 알프레드 베게너 (Alfred Wegener)의 대륙이동설 (Continental Drift)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고 그 확실한 증거가 수집된 것은 1960년대 해양지각을 조사하면서 실제 해양지각이 해령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 후이다. 따라서 다윈은 130년이나 앞서 판구조론의 근간이 되는 암석권이 암석이 일부 녹아있는 연약권 위에 얇은 껍질처럼 떠 우리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추론한 것이다. 또 그는 방문지의 지질을 조사하던 중 원주민들이 지질학조사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자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지진과 화산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가, 왜 어떤 샘물을 뜨겁고 어떤 샘물은 차가울까, 왜 칠레에는 높은 산이 있는데 라플라타에는 언덕도 없는가? 등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지질학조사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래도 몇 사람은 그런 질문이 모두 쓸데없고 신앙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하느님이 산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믿었다.” 이는 다윈이 지질학자임을 명백히 밝혀주는 예이다. 지질학자로서의 다윈은 수 억년의 단위로 지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 방대한 기간 지구에 살다 멸종한 동물들에 대해 이들이 그 당시 지구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첫 장을 열면서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다윈과 그의 자연도태에 의 한 진화론의 구절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일은 의미 없는 일이다. 호기심 많고 쉽게 감동하며 끈기와 열정으로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합리적인 추론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한 젊은 과학자로서의 다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책을 읽는 즐거움은 더 배가된다. 이 책의 내용은 생물학, 지질학과 고생물학, 기상학, 인류학 등 흥미진진한 과학이야기가 종합적으로 섞여있다. 독자의 전공에 따라 이 책을 보는 관점이 모두 다르겠지만 자기의 구미에 맞게 책을 읽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필자는 지질학적 관점에서 이 책을 정독하였고 그 당시 지질학의 태동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윈의 지질학적 지식이 얼마나 깊었는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비글호의 항해기”는 지구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까지 19세기 초 지질학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추적할 수 있는 지질학의 입문서로도 추천하고 싶다. 이처럼 지질학자로서의 다윈 뿐만 아니라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또는 인류학자의 관점, 혹은 전혀 새로운 다른 관점에서 이 책에 접근한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의 기원”의 기초가 된 책 “비글호의 항해기”라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아무도 간파하지 못했던 귀중한 새로운 구절과 그 의미를 찾아내는 나만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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