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령은 왜 어긋나 있는 걸까?
이윤수(이학박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너무 잘 알려져 있듯이 지구 표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10여개의 주요 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경계는 해령, 변환단층, 해구(혹은 습곡대)로 이루어 진다. 해령은 해저에 늘어선 바다산맥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뚜렷하고 특징적인 구조일 것이다. 맨틀 대류가 지표와 맞닿으면서 지표는 부풀어 오르게 되고, 맨틀대류운동에 수직방향으로 암석권이 벌어져 지구표면에는 좁고 기다란 통로가 생성된다. 통로 아래 상부맨틀에는 압력이 낮아지면서 맨틀물질이 부분적으로 용해된다. 이 통로를 해령이라 부르며, 상부맨틀 물질이 공급되면서 새로운 해양지각이 생성되는 곳이다. 즉, 해령은 해양지각을 만드는 공장인 셈이다. 해령들은 보통 수십-수백 km 길이로 잘게 나누어져 있다. 즉, 서로 이웃하는 해령과 해령 사이에는 수-수백 km 길이의 변환단층으로 어긋나 있으며, 변환단층을 경계로 한 지판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더 자세히는 “맨틀대류는 어떻게 일어나나”를 참조). 왜 해령은 변환단층으로 어긋나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고지자기학 기초 개념의 이해가 필요하다. 문득 필자의 고교 시절에는 매주 금요일 아침 교련 사열식을 하였다. 운동장 트랙을 도는 코너부근에서, 모두 옆줄 맞추느라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안쪽 줄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천천히 걸어야, 바깥쪽 사람들이 뛰지 않고 줄을 맞출 수 있다는 것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대열을 유지하려면 각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즉, 대열이 회전하는 축에 가까운 사람은 천천히 걸어야하고, 축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은 빠르게 걸어야 하는 것이다. 오일러극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으로 표현되는 판의 이동 원리와 같지 않은가? 즉 오일러극에 가까운 쪽의 해령에서는 판이 천천히 벌어지고, 먼 쪽의 해령에서는 판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 속도 차이가 발생하는 곳이 변환단층이다. 맨틀이 솟구쳐 지표로 나오는 곳, 해령에서 해양지각이 형성되며, 해령마다 생산되는 해양지각의 양도 역시 다르다. 각 해령과 해령 사이에 존재하는 변환단층에는 천부지진이 많이 일어나지만, 변환단층의 바깥 연장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진이 거의 없다. 해령이 어긋나 있는 것은 바로 판 생성대에서의 지진에너지를 최소화하고, 보다 더 해양지각을 만들어 냄으로써 판구조운동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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