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지진을 일으키는 동서압축응력의 메카니즘
이윤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난 5월 29일 오후 7시 14분 울진 앞바다 동측해상(36.67N, 129.94E)의 심도 13.1 km 하부에서 규모 5.3의 비교적 큰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 곳은 양산단층과 평행한 북북동-남남서로 발달한 대한해협단층의 북부에 위치하며, 동해 울릉분지의 경계를 이룬다. 지진은 주로 판 경계부에 집중되어 일어난다. 일본열도는 유라시아판-태평양판-필리핀해판의 판경계부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며 한반도의 지진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지진은 한편 판 내부에서 암권규모의 거대 단층대를 따라서 발생하기도 한다. 동아시아에서 그 대표적인 예가 산동반도에서 만주를 가로질러 연해주에 이르는 탄루단층계이다. 한반도는 일본열도나 탄루단층계에서 대부분의 지진에너지가 방출되어 왔기 때문에 지진피해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반도의 지진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 지진은 진원기작을 분석한 결과(focal mechanism solution), 대한해협단층에 동서압축응력이 작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동서압축응력은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에 충돌하여 발생한 영향으로, 한반도를 동쪽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인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어 왔다. 그것은 마치 발로 정구공을 위에서 눌렀을 때 공이 옆으로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동으로 이동하는 것인가? 하지만 최근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지리관측시스템 관측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의 동쪽으로 이동하는 양은 미미한 정도이며, 오히려 남쪽으로 이동하는 성분이 더 크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동해 쪽 어딘가에서 한반도를 서쪽으로 밀고 있는 반작용의 힘이 작용하고 있어야 한다. 반작용의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필자는 유라시아대륙 연변부 태평양판이 30-40도의 낮은 각도로 동해아래까지 깊숙이 섭입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소(USGS)에서 제공하는 동해에 발생하는 지진 심도분포도(그림)는 태평양판이 동해를 지나 두만강 유역하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시사한다. 태평양판이 저각도로 섭입하면서 유라시아판의 내부 깊숙이 뿌리를 뻗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밀도가 큰 해양지각인 태평양판은 이처럼 낮은 각도로 대륙지각인 일본열도 아래로 섭입하면서, 유라시아대륙지각을 들어올리면서 서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 결과 유라시아판의 배호 뒤편 즉, 동해에 서향압축응력이 형성된다. 이와 같이 동해의 후배호 압축응력 분포는 필리핀해판이 타이완-오키나와제도-큐우슈우에 이르는 부근에서 약 60-70도의 고각도로 섭입하는 유라시아대륙 연변부 후배호(남해대륙붕)에서 인장력이 발생하여 확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같이 태평양판이 주도하는 후배호 압축응력은 동해 중심부에 걸려 있으며, 바로 한반도를 동쪽으로 밀리지 않게 하는 반작용의 힘의 근원이다. 동해는 태평양판을 유라시아판 아래 깊숙이 끌어들이는 흡입구이며, 이번 울진 앞바다 지진 발생의 주요 메카니즘도 이러한 작용(인도충돌)과 반작용(태평양판의 저각섭입)의 동서압축응력하에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