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자기장의 영년변화와 고지자기학
지구자기장은 대부분 지구의 자전에 의한 외핵의 회전운동과 전자기적 상호 변환작용에 의해 발생하며(이윤수 외, 1996, 2001), 수천년 정도의 시간 규모에서 보면, 지구 회전축과 일치하는 지축쌍극자(geocentric axial dipole field)로서의 거동을 하고 있다. 고지자기학이 판구조나 조구조운동의 연구를 대상으로 할 때는 고지구자기장이 영년변화의 기간이 충분히 평균된 지자기장(time-averaged paleomagnetic field)을 취하며 지구회전축과 일치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관측되는 자북(north magnetic pole; 지표상에 복각이 +90o인 지점)과 자남(south magnetic pole; 지표상에 복각이 -90o인 지점)은 지구회전축과 일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잇는 축은 지구 중심을 통과하지 않는다. 지자기장 관측 계산으로부터 모델화된 최적지심쌍극자(best-fit geocentric dipole)도 현재의 지구회전축과 일치하지 않고, 그 쌍극자기극의 위치(즉, 지자기북(남)극)는 지구회전축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구자기장은 구면조화함수로 표현할 수 있으며(Chapman and Bartels, 1940), 이로부터 주어지는 가우스 계수들을 결정함으로써, 지구자기장의 분포를 표시하고, 그 변화도 파악할 수 있다.
지구 쌍극자기장의 강도변화와 비쌍극자장의 서방이동현상은 관측자료로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영년변화를 일으키는 비쌍극자장의 서방이동에 대해서는 몇가지 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외핵은 전도성이 양호한 액상의 물질로 되어있다. 지구의 자전에 의해 외핵 내의 거동은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진 외부물질이 내부물질보다 빠르게 이동한다(Bullard et al., 1950). 이 때문에 소규모의 대류들이 발생하고, 외핵의 바깥쪽 경계부(CMB, Core Mantle Boundary) 가까운 곳에서는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게 되며, 비쌍극자장들이 발생하게 된다. 한편, 외핵은 CMB 부근에서 물질 자체의 점성과 맨틀과의 마찰력에 의해서 내부보다 각속도가 지체되어 서쪽으로 늘어지게 되어(지구가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 소용돌이(이동성 비쌍극자)가 서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 설은 명백히 직관적으로 뛰어나지만, 외핵의 전자유체 상호작용에 기인한 자기응력 효과가 고려되어 있지 않아 이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맨틀과 외핵 안에서 발생하는 대류 및 플룸운동으로 특히 CMB 주변의 온도 구배가 동일하지 않아(Bloxham and Gubbins, 1987) 이동성 비쌍극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지표의 표고에도 굴곡이 있는 것처럼 CMB의 웅덩이들에 격리된 자기소용돌이들에 의해 정체성 비쌍극자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비쌍극자들이 갖는 고유진동은 영년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사시대이래 지구자기장의 방향변화에 대한 영년변화는 이전의 시기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범주에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체성비쌍극자()의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기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Yukutake and Tachinaka, 1968).
최근의 연구들은 지구자기장을 MHD파(Magnetohydrodynamic wave)로 간주하고, 자기유도방정식(속도장이 미분연속 가능하도록 가정)과 Navier-Stokes 방정식, 열방정식을 연립하여(이들 식에 들어있는 변수들의 경계조건을 차례로 가정), 지구자기장의 주요 거동들을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외핵의 나선형운동이 만들어내는 효과와 비축대칭의 MAC 파(Magnetic (Lorentz), Archimedean and Coriolis forces)를 고려(Bragisky; 1964)함으로써, 지구자기장과 그 영년변화에 대한 놀라운 성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영년변화의 경우, 30년, 60년, 6백년, 2천년 등의 짧은 주기까지 규명되고 있고, 특히 전자 둘(4극자의 가우스 계수에서 탁월하다)은 기후 변동과 연동되는 인자일 가능성이 제안되고 있다. 이는 간단히 과거와 미래의 지구자기장의 재현과 구현으로 축약될 수 있으며, 고지자기학과 기후환경 예측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나아가 장주기의 영년변화 연구는 장단주기의 기후 복원 및 예측, 대륙 이동의 기작 규명, 지구시스템의 기작 규명, 지구탄생의 기원과 진화 연구 등의 지구과학 분야에 있어서 판구조론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 이룩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