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관두산의 더운 바람이 나오는 구멍(풍혈)에 대한 지질학적 고찰
조선대학교 자원공학과 교수 박 영석(yspark@chosun.ac.kr)
2004년 2월 21일 MBC TV의 “토요일엔 떠나볼까” 프로와 3월 18일 SBS TV의 “생방송 투데이” 프로에서 “신비의 풍혈”로 방영 되어졌던 해남 관두산의 더운 바람이 나오는 구멍(풍혈)에 대해 몇 차례의 현지 답사한 결과를 토대로 하여, 자원?지질학계의 여러분과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하여, 현지 조사를 통한 결과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1. 풍혈의 특징과 역사적 배경
전라남도 해남군 화산면 관동리 관두산 봉수대(해발 177m)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약 십여 군데 크고 작은 구멍과 동굴에서 더운 바람(15℃~17℃, 풍혈)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풍혈이란 천연기념물 제 224호로 지정되어 있는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의 천황산 풍혈과 전북 진안의 풍혈냉천, 경기 연천의 풍혈어름골, 울릉도 봉래폭포에서 처럼 비교적 깊은 계곡이나 산기슭에 위치하여 구멍이나 바위틈에서 지형적인 영향과 계절의 변화에 의해 찬바람(3℃~7℃)이 나오는 것을 말하나, 해남 관두산 풍혈은 특이하게도 산의 8부 능선 부근에서 수증기처럼 올라오며, 다른 풍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더운 바람(15℃~17℃)이 나온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관두산에서 발견된 가장 큰 동굴은 길이가 5m정도이고, 내부에는 다섯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 갈 수 있는 정도이다. 이 외에도 입구 지름이 1m 안 밖의 작은 동굴이 군데군데 분포 하고 있다. 조선 철종때 쓰여진 海南誌(1872)에 따르면 “石窟 窟中 生風 謂之 風穴”(산 정상 아래 바위 동굴이 있는데 동굴 안에서 바람이 생겨나 풍혈이라 한다)이라고 적혀 있으며, 인근마을(관동리) 사람들에 의하면, 관두산에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용굴”안에 용이 살고 있어 불을 뿜어 내면서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
2.현지 조사 및 지질 개요
관두산 풍혈은 2004년 2월 초에 온도를 측정한 결과, 외부 온도는 4~5℃인 반면에 용굴 내부 온도는 15~17℃ 이었으며, 3월 중순에 측정한 결과는 외부 온도가 9~10℃이고 내부 온도는 15~16℃이였다. 동굴 안의 상대습도를 측정한 결과 100%에 이르는 아주 습한 상태였으며, 동굴 입구에 화장지 조각이나 마른 나뭇잎을 날리면 30~60cm정도 불려 올라갈 만큼 위력이 있었다. 풍혈현상을 통해 발생하는 더운 바람의 영향으로 동굴입구의 암석표면에는 겨울철에도 이끼류들이 파랗게 잘 자라고, 새싹이 나오는 3월 중순에도 아직 낙엽이 지지 않고 파랗게 남아있는 낙엽수의 나뭇잎을 볼 수 있었다. 더운 바람구멍이 십여 군데 발달되어 있는 해남군 화산면 관동리 관두산 일원에 분포하는 응회암류는 8천 5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의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으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는 황산면 우항리와 비슷한 시기에 형성 되었다. 관두산에 분포하는 응회암류는, 대개 담저색을 띠는 세립 응회암과 라필리응회암, 각력질 응회암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담회색~담갈색의 색을 띠고 있는 각력질 응회암이 발달한 부위에 풍혈이 나오고 있다. 관두산의 각력질 응회암은 후기 화산활동에 의해 전단파쇄가 활발하게 일어났으며, 이렇게 파쇄된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은 서로 엇갈린 형태로 쌓이게 되어 이러한 틈사이로 크고 작은 동굴이 형성되어졌다. 관두산 8부 능선부위의 더운 바람구멍(굴)이 십여 군데 발달된 지역에는 수십만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풍화작용에 의해 동굴이 침하 하면서 형성된 폭 10m, 길이 30m, 높이 5~8m 정도로 함몰된 지형도 발견 된다. |
3. 더운 바람이 나오는 구멍(풍혈) 가능성(1)
관두산을 올라가다 보면 8부 능선부위에서 층리가 잘 발달된 응회암의 노출 단면에 단층면을 따라 형성된 사계절 마르지 않는다는 약수터를 두 군데 찾아 볼 수 있다. 이 단층면과 전단 파쇄면을 따라 빗물이나 지하수가 지하 심부에 유입하여 지하 심부의 열원에 의해 덥혀져 수증기가 발생 하고, 이 수증기가 각력질 응회암의 엇갈린 틈새를 따라 상승하여 더운 바람이 불어올라 올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이 수증기의 영향을 받아 동굴의 내부의 상대습도는 100%를 유지 하게 되고,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계절 똑 같은 더운 바람(15℃~17℃)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하 100m 심부의 온도는 지역이나 지질 성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0~14℃를 유지하고 있는데, 관두산 표면 풍혈의 온도가 이보다 더 높은(15℃~17℃) 것으로 보아 관두산의 지하 심부에는 온천수가 부존 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
4. 더운 바람이 나오는 구멍(풍혈) 가능성(2)
관두산의 더운 바람이 나오는 용굴은 해발 약 150m의 위치에 있다. 이 높이 차이에 따른 기압차에 의해 아래쪽 해안과 위쪽동굴 사이에 엇갈린 형태로 쌓여 형성된 바위틈을 따라 공기의 흐름이 발생하고, 공기가 이동하는 동안에 지하에서 15~25℃정도의 지온의 영향으로 공기가 덥혀지고, 이 덥혀진 공기는 계속 통로를 따라 지표면으로 올라오게 되므로 해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구멍이 형성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
5. 고 찰
풍혈현상이 나타나는 관두산 8부 능선부위 정상부근의 지하심부와 해안과의 수평거리는 150m정도로 비교적 짧아서 수 십 만년동안 해안에서 유입되어 지하 심부로 흐르는 공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어 지하심부의 지온이 15~25℃의 온도를 항상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온도가 일정치 않은 유입된 공기가 지하 심부로 이동하면서 덥혀지거나 식혀져 용굴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처럼 일정한 온도(15~17℃)를 유지하기에는 수평거리가 너무 짧아서 가능성(2)은 어렵다고 본다. 해남군 화산면 관동리 관두산 풍혈은 외부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계절 일정한 온도(15~17℃)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층면과 전단 파쇄면을 따라 유입된 지하수가 지하심부의 열원에 의해 덥혀져 온천수로 부존되고, 이 곳에서 발생된 수증기가 각력질 응회암의 엇갈린 틈새를 따라 상승하여 상대습도 100%인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가능성(1)로 해석함이 적절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