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질연구정보센터

제련 정련 용해 등 시스템 갖춰
현 첨단과학단지 우연 아닐 듯

물금지역은 지질학에서 스카른 광상(마그마에서 기원된 뜨거운 물의 작용으로 형성된 유용한 광물의 집합체)이라고 하는 질 좋은 철광석이 나는 곳으로 오래 전부터 광산이 개발되었으며, 한때 우리나라 최대의 철광산이 있던 곳이다. 철광맥은 낙동강 건너편 김해의 매리광산까지 뻗어 있으며, 광산 개발로 인해 오봉산 서쪽의 땅 밑에는 낙동강보다 수백 미터 아래까지 수많은 갱도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김해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록과 많은 철제 유물의 발굴로 일찍부터 뛰어난 제철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철덩어리(鐵塊)를 이용한 정련 완제품을 생산하는 용해로(鎔解爐)나 단야로(緞冶爐)가 확인되었으나 광석이나 사철(砂鐵) 원광을 이용한 유적이 확인되지 않아 고고학자들의 의문점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물금과 김해 지사동에서 원석으로부터 철을 제련하는 용광로 유적이 발견되어 물금광
산이 위치한 오봉산 일대가 고대로부터 철광석 공급지였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물금과 김해의 제철 유적에서 확인된 다량의 슬래그와 용광로 유적은 이 지역이 광산개발에서부터 제련, 정련, 용해 등 일련의 종합시스템을 갖춘 제철단지였음을 시사한다.

남한 지역의 철광은 물금과 김해, 울산, 동래, 감천 등 대부분 동남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중 물금, 김해, 울산지역이 대표적 산지이다.

‘철의 국가’인 가야가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의 하나로 풍부한 철과 생산기술을 꼽는다. 오늘날 포항과 광양에 있는 세계 최대의 제철소는 가야에서 그 뿌리가 시작된 것이리라. 최근 부산의 대학이 물금과 김해 지사동 지역에 첨단과학 연구단지를 정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고대 최대의 철광과 제철단지가 있던 물금광산지역이 지질명소로 개발되고, 이곳에서 우리민족의 화려했던 철기문화가 첨단기술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